비선실세

#16세기 조선
명종이 12세의 어린 나이로 즉위하자 그 어머니인 문정왕후가 수렴청정을 하게 되었다. 그러자 그 동생인 윤원형과 그의 첩인 정난정(鄭蘭貞)이 권세를 쥐고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 이들이 의존한 것은 미신이었다. 비선실세 정난정은 기우제를 지낸답시고 귀한 쌀밥을 물고기에게 뿌리는 기행을 선보인다.

#19세기 조선
고종의 비인 왕후 민씨는 미신에 탐닉하기로 유명했다. 그녀의 미신에 대한 집착을 잡아내어 출세한 이가 진령군(眞靈君)이다. 오백년 이씨 왕조의 역사에서 유일하게 여인의 몸으로 군호를 받은 이 무당은, 왕후 민씨를 꾀어 금강산 일만 이천봉에 쌀 한섬과 돈 천냥씩을 얹게 만들었다. 국고는 바닥났고, 조선은 망국의 길을 걸었다. 

#19세기 러시아
짜르 니콜라이 2세의 황태자는 병을 앓고 있었다. 수많은 의사들이 그를 고치려 했지만 실패했고, 짜르는 마지막으로 승려인 라스푸틴에게 의지한다. 라스푸틴의 치료는 효과가 있어서, 짜르는 라스푸틴을 신뢰하게 되고 라스푸틴은 권력의 중심으로 다가선다. 라스푸틴은 국정을 농단하며 온갖 추문을 흩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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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난정은 문정왕후가 죽자 권세를 잃고 유배되어 시름시름 앓다 세상을 떠났다. 진령군은 갑오개혁 이후 북묘에서 쫓겨나 숨어 살다가 왕후 민씨가 죽고 얼마 후 죽었다. 라스푸틴은 러시아의 귀족들에 의해 암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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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의 치세는 극히 혼란스러워서, 안으로는 임꺽정과 같은 도적들이 활개치고 국가 재정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가 하면 밖으로는 을묘왜변을 겪었다. 이 시기 내려앉은 조선의 국력은 임진왜란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고종의 치세는 다들 알다시피, 국권피탈이라는 한국사 최악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니콜라이 2세는 볼셰비키에 의해 일가족이 함께 살해되어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 짜르가 되고 말았다. 이 역시 70년에 걸친 거대한 비극으로 이어졌다. 역사의 비극 앞에는 늘 그러한 자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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